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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에서 '주민'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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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0-06-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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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되는 말 중에 하나로 ‘주민’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그중에서도 서울의 도시재생은 재개발의 대안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국과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의 도시재생은 쇠퇴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목적에서 시작된 반면, 

서울의 도시재생은 전면 철거 후 재개발이 경제적·사회적인 이유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후 주거지에 대한 대안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 때문에 초기 도시재생 교육에서 재개발과 도시재생을 비교하는 내용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또한 재개발사업의 대표적인 폐해로 주민이 쫓겨나는 문제가 꼽히며, 

도시재생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사업으로 설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주민’이란 말이 간단한 의미인 것처럼 보이지만 도시재생을 하다보면 ‘주민’에 대한 이해가 달라 소통에 오해가 생기거나,

 주민의 범위 혹은 순위를 설정함으로써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를 심심찮게 겪게 됩니다. 사람들이 쓰는 ‘주민’이란 말은 어떤 의미를 담고 그럴까요?

 

첫째, 가장 단순하게는 그 동네에 사는 사람입니다. 도시재생은 행정의 지정으로 사업 대상지가 명확히 구획되는 사업이니 ‘대상지 거주 주민’이 됩니다.

 

둘째, 그 동네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대상지에 사업장이나 직장이 있는 사람이죠. 이 안에는 대상지에 학교를 다니는 학생 등도 포함됩니다.

 

셋째, 그 동네에서 일하는 사람과 같지만 다르게 분류되는 게 조직이나 단체입니다.

 동네에 있어도 ‘주민’이란 말에 포함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나 행정기관과 가까운 직능단체가 아닌 경우에 그렇습니다.

 

넷째, 동네 근처에 사는 혹은 일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경우 동네를 오가고 동네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만 ‘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섯째, 동네에서 살면서 봉사 등의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표현은 주로 동일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주민이 아닌 것으로 정확히는 주민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설정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여섯째, 극단적으로는 ‘나’를 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언성을 높이며 자기 고집만 부리는 분들이 “주민 말을 들어야 한다”며 사용할 경우입니다.

 

어디까지가 ‘주민’이란 단어에 포함되어야 할까요? 저는 배제하는 표현인 다섯째와 여섯째를 제외한 첫째~넷째 모두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모두 같은 주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 중요도의 차등이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일부 그룹이 포함되지 않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원론적으로 모두가 주민이라는 것을 도시재생과 관계된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야 합리적 이유에 따른 차등이나 배제도 합의가 가능하고,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족) 제가 경험했던 에피소드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도시재생을 하기 전에 저는 기자를 했었습니다.

 어느 섬에서 자란 야생초를 채취해 김치로 만들어 파는 사회적기업 취재를 갔는데요, 야생초를 뜯는 할머니들 5명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야생초 캐는 분들은 다 여기 분들이에요?” 그러자 한 할머니가 답합니다. “아니야~ 여기 이 사람은 동네 사람 아니야~ 이 사람은 시집와서 섬으로 들어왔어~” 

참고로 할머니들은 모두 70대 이상이셨습니다. 이 분에게는 거기서 태어난 사람만 동네사람인가 봅니다.   

 

당시엔 웃긴 얘깃거리였는데요, 이런 상황이 도시재생에서 생기면 더이상 웃기지 않을겁니다;



지역활성화국 주거재생 팀장 전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