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주거복지센터] 인간의 얼굴을 한 법, 공공임대주택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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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7-11-30 10:24본문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은 LH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으로서 일반주택전세임대주택과 일반주택매입임대주택을 더 낮은 보증금으로 책정해 고시원, 쪽방, 여인숙 등 주거비가 과도하고 환경이 열악한 곳에 거주하는 자와 노숙인쉼터 입소자 중 3개월 이상 거주하고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 50%이하인 가구가 신청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이다. 해당 주택은 주민센터와 주거취약계층매입임대주택운영기관을 통해 수시접수가 가능하다. 타공공임대주택과는 달리 자활계획서 등 작성해야하는 서식이 있고 지자체 선정위원회를 통과해야하는 등 다소 복잡한 절차가 있다.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 신청한 어르신, 탈락처리가 되다.
우리 센터를 통해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한 어르신이 두분 계신다. 한분은 노숙인쉼터에서 퇴소를 앞둔 어르신이고 다른 한분은 1평반짜리 쪽방에 거주하는 어르신이다. 두 분의 공통점은 국민기초생활수급가구라는 것. 그리고 기초생활보장법 상 부양의 책임이 있는 가족이 있지만, 행정의 조사절차를 통해 가족관계 단절 혹은 가족해체의 상황이 인정되어 수급가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 분은 나이가 많아 쉼터에서 나가는 게 두렵지만, 그래도 이젠 나가서 생활해 보시겠다고 결심한 분이다. 주거취약계층매입임대주택 신청서를 작성하고 시설에서 나갈 준비의 일환으로 수급신청도 함께 진행했고 최근 확정되었다.
다른 어르신은 거리에 나앉을 수도 없고 보증금이 있는 주택으로 이주할 수 없으니 쪽방에 살고 계시는 분이다. “내가 폐지를 팔아요, 그래서 집 앞을 쓸고 또 쓸고... 엄청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집주인 할머니는 술만 먹으면 나한테 그렇게 욕을 해댈 수 없어...”입이 걸은 임대인에게 늘 시달리고 있지만 임대주택으로 이행하기 위해 하루하루 폐지를 주워 이사 갈 준비를 하고 계신다.
이렇게 열악한 거처에서 나갈 채비를 어르신 두분이 “신청 탈락”처리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법대로 한다!?
담당 공무원과 LH에 의하면, 두 분의 탈락 사유는,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 제3조 2항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 1조 4호에 의한 것이다.
수긍할 수 없어 구청 담당공무원에게 “지자체가 가족관계 단절을 인정하고 수급확정까지 한분들인데, 어떻게 소득산정 대상으로 제외하지 못하는가, 소명자료를 첨부해 LH로 보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분들 심리적인 충격이 클 테니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LH에 문의하겠단다. 그리고 그들 둘이 내린 답은 “복지부 제도와 국토부 제도는 다르다. 따라서 같이 적용할 수 없다”란 답이었다. “지침 3조 4항(세대원의 실종, 별거 등으로 소득파악이 불가한 경우로 산정에서 제외함)으로 적용하면 안되는가”를 다시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안된단다. “이혼을 하면 모를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쪽에선 가족의 해체상황이 인정되어 기초수급가구가 되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해체되었어도 세대원이니 소득을 보는 게 맞단다.
아, 납득이 되질 않는다, 납득이!
행정과 LH의 판단에 대해 당사자, 어르신들께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부양의무도 다할 수 없다는 지자체의 조사결과로 수급확정까지 된 분들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구청직원 말처럼 이혼이라고 하시라고 해야하나?! 그 설명을 들으면서 당사자들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떠올리며 얼마나 자괴감을 느낄까? 오만 생각이 오간다.
주거급여에서도 행정들 간 핑퐁게임이!
2016년 11월. 주거급여가 개별급여로 시행 된 이후 1년이 채 되기 전에 일이다. 성북구 매입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분이 주민센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4개월간 주거급여가 과지급되었으니 앞으로 그만큼 삭감하겠다”는 것이었다. 60여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는 아저씨에겐 충격이었다. 반빈곤단체를 통해 사유를 알아보니 주거급여 조사기관인 LH강북사업소에서 아저씨의 거처를 ‘시설’로 잘못 입력하여 발생한 일이었다. 급여변경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구청과 국토부의 핑퐁 게임이 시작되었다. 기초지자체인 구청은 ‘주거급여는 국토부 담당이니 국토부에 문의하라’고 했다. 반면 국토부는 ‘급여결정은 보장기관이 하니 구청에 문의하라’고 했다.
2015년 7월 개별급여가 시작되면서 주거급여는 국토부가, 교육급여는 교육부가 주무부서가 되었다. 권리구제절차로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제도 시행이전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일이었다. 주거급여에 대해서는 반빈곤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다행히 환수조치를 면했지만 그들의 핑퐁게임의 과정에서 당사자는 마음의 상처도 입었고 실망도 했다.
인간의 얼굴을 한 법,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는 행정이 필요하다.
행정은 늘 ‘규정대로’한다고 말한다. 가족이 있지만 해체된 지 오래인, 혹은 부양받을 수조차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 주거비부담이 과도해서, 열악한 공간에서 지내기 힘들어서 장기간 대기하더라도 입주해보겠다는 주거취약계층의 바람은 그들, ‘행정에게는 법보다 훨씬 더 먼 나라 얘기’다.
탈락처리 된 이유를 설명해드리고, “행정절차로 따져보겠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시겠느냐는 위로의 말에 “그래요, 기다릴게요. 저는 도움 받을 곳도, 연락하는 가족도 없어요.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데... 부탁드릴게요.”하고 짐짓 웃음 지으며 돌아서는 어르신의 뒷모습에 ‘인간의 얼굴을 한 법,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는 행정’이 무척 아쉬웠다. 힘을 내어 권리를 찾을 방법, 알아봐야겠다.
성북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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