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함께, 그렇게 또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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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8-02-22 16:58본문
무술년도 벌써 2월이 다 지나가네요.
17년 2월 오래간만에 다시 아침을여는집에서 일을 하면서 정신 없이 한해를 보낸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근무를 하여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시 쉼터 라는 특성과 업무, 입소인들, 환경 등에 적응을 해야 했습니다.
동시에 입소인들과의 만남, 이별, 생각하지 못한 일들로 인한 갈등 해결 등 어떻게 1년이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2018년은 또 어떠한 이야기들로 정릉동 노숙인 쉼터 ‘아침을여는집’이 채워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올해 1월부터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신 분이 계십니다.
숙직을 하고자 주말에 출근을 하는 어느 날, 입주하신 분이 복도에서 쭈그리고 앉아 계셨습니다.
'여기서 뭐하세요?' 라고 묻자 잔뜩 취해서 잘 걷지도 못하셨습니다.
본인은 괜찮다고 별거 아니라고 하시지만, 비틀거리면서 일어나기 힘들어 하시길래 얼른 부축을 하여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불 위에 누여 드리고 한숨 주무시라며 일단 나왔습니다.
다음날 오전에 찾아뵙고 '속은 괜찮으신지', '무슨 일이 있으시냐', 묻자 그냥 홀로 방안에 있으니 외로워서 술 한잔을 했다고 하십니다.
시설에서 생활할 때는 지켜야 하는 규칙들도 있어 불편했기에, 홀로 내 집에서 생활하면 편하고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혼자 지내려고 하다보니 외롭다고 하셨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얘기 했던 게 엊그제 같았다고 말입니다.
"혼자가 아니고 앞집에 제가 있으니 언제든지 외롭고, 술 생각이 나시면 찾아오세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래도 아침을여는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가셔서 언제든지 만나고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십니다.
말씀을 듣다보니 문득 얼마 전에 쉼터 거실에서 주무시고 간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왜 집에서 안 주무시고, 여기서 주무시냐?" 고 묻자, "심심해서 티브이나 보려고 와서 보다가 깜빡 잠들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던 아저씨.
방 구석에 포장 김치가 바닥에 놓여있는 등 아직 정리정돈이 안 되어 있는 집이 어수선했습니다.
필요한 물품들을 알아보고 밥그릇부터 냉장고, 세탁기 등 생필품들을 하나씩 하나씩 장만 하면서 빈 공간을 꾸미기로 했습니다.
젋어서는 자녀들도 있고 가정이라는 곳에서 함께 생활 했지만,
여러 사연으로 어쩔 수 없이 노숙인 쉼터라는, 시설서 생활을 하면서 자립을 위해 노력하시다가,
막상 홀로 지내는 방법에 어색해 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습니다.
홀로 힘들고, 외로울 수 있지만 그래도 또 다시 한번 시작을 해보려 합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생각을 가지실 수 있도록 응원 하는 ‘아침을여는집’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외로워 마시라고, 오늘 저녁에는 아저씨와 삼겹살 구워 먹으며 소주 한잔 하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