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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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8-01-25 10:57본문
스포츠 선수가 경기에 패하거나 등수에 못 미치면 응원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결국에 가서는 매스컴의 보도 및 호응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관심 밖의 종목은 더 그러하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진다.
왜냐하면 운동하는 사람의 본분은 실적과 결과라는 선입견이 강하고, 스포츠는 볼거리 요소와 더불어 게임이 되기도 한다.
이제 곧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1등만을 기억하는 세상에 넌더리가 났지만, 왜인지 금메달이 보기에 좋다. 독보적인 존재가 우리나라 선수이면 내가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질문을 떠올려본다. 왜 실패를 사랑할 순 없을까.
얼마 전 ‘아침을 여는 집’으로 입소 희망인이 찾아왔다. 추형선 소장님과 상담 후 입소절차를 밟았지만, 내심 두려웠던 것 한 가지가 있었다. 실패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타기관에서 내담자에게 입소를 불허한 사유가 있었고, 음주문제였다. 초기상담으로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일을 하고 있음에도 자활을 못하는 이유가 쉽게 파악되고 있었다.
음주문제라는 결론을 도출해서인지 더 적합한 자활시설을 입소 희망인에게 안내하고 싶었다. 실무자로서의 실패를 염려했기 때문이다.
많은 음주 문제의 입소인에게서 발생되는 폭력성과 트러블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한 기관의 질서를 넘어선 사람은 타기관에서 마찬가지일 경우가 많다.
나도 실패를 싫어하고 두려워 한다. 적절한 처치법은 굳은 선입견, 이유는 편리추구. 이 같이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독선적인 실체를 자주 마주하곤 한다.
실패를 해도 마음이 편할 경우는 실패가 자신의 자아와 분리되어 있거나, 자신의 건강한 자아와 결부되어 있을 때가 아닐까 싶다. 나는 어떤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가.
실무자와 입소자, 우리는 어떤 모양이든지 같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없음’과 ‘못함’과 ‘안함’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실패를 통해 여러 삶의 통찰을 갖는다.
실패는 자기를 얼마나 사랑했느냐를 작게나마 깨닫게 해준다. 사랑없음, 사랑안함, 사랑못함. 어디를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도 없거나 못하거나 안 해서 실패할 따름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사유로 실패를 마주하고 있을 따름인데, 너무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실패도 여실히 상담과정을 통해, 가난한 마음으로 찾아온 한 대상자에게 가차없이 가해지고 있지 않은가. 나의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겸손한 마음을 되찾고 싶다.
낯선 실패를 겨냥하여 사랑 고백한 만큼, 낯선 입소인에게 사랑을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열 두 번 실패해서 거리에 드러누운 노숙인에게 “당신이 냄새나는 이유를 조금 이해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진 못해도, 올림픽 대표 선수처럼 “할 수 있다”라고 되뇌진 못하더라도
아침을 여는 집 이곳을 방문하는 낯선 이에게 한결 같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괜찮아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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