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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천지역자활센터]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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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5-05-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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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애순을 만나다.

 

세 살 무렵,

어촌의 선장이던 아부지는 뭘 시켜도 느릿느릿한 애순의 귓방망이를 날렸고,

그 후로 그녀의 세상은 오른쪽으로만 들렸다.

 

독립해 살고자 작은 아부지가 소개한 공장을 들어갔다.

하루 열 두 시간, 손톱이 닳도록 미싱질을 했고 앉아 삼백만원을 모으기까지

바닷가 쪽으로 눈도 돌리지 않았지만

삼백을 가져간 엄마, 오빠

 

기우뚱한 정보들, 도움 없이 긁어모은 생활은 궁핍을 거듭했다.

자신을 핍박 하는 가족이 너무 미웠다.

자식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지 납득 되지 않아 결혼할 생각도 못했다.

돈만 바라보고 살았지만 돈이 도망가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한번만 도와주지, 열심히 살았는데...

 

주식의 시대, 부동산의 시대

악착과 집착으로 모은 천만 원이 코인의 세계로 사라졌지만 잠시 달콤함도 누렸다.

효도로 복수를 꿈꾸던 기세는 날개 꺾인 새처럼 초라해지고

다시금 돌아온 셋방에서 얼룩진 천장과 뜯어진 벽지를 바라본다.

낡은 전선 가까이 주방, 형광등, 스위치...

 

몸이 아파 한동안 자리 보전 하다

교회 동무의 소개로 간신히 전선 복구와 도배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다.

처음 찾은 주민센터

들리지 않는 청력에 움츠러들고,

간신히 수급신청을 하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안정이 찾아왔다.

 

바람이 불고, 4월이 되면

바람 언덕에 핀 쑥을 뜯고 나물을 캐고

그새 지쳐 육순을 바라보는,

덧없던 욕심을 캐어내고

조용히 돌아누워 이제는 들리지 않는 왼쪽 귀를 기울인다.

 

서울양천지역자활센터 정경희 사회복지사

 

*이 내용은 자활센터 게이트 과정에 참여했던 한 참여자의 초기 상담 내용을 담았습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의 이름인 '애순'을 가명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본 글에 첨부된 사진은 참여자께서 써주신 편지입니다. 편지 내 참여자의 이름은 개인정보에 해당하여 모자이크 처리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