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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주거복지센터] 고시원은 집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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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1-09-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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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가명) 어르신과는 우리센터를 통해 연탄지원을 받았던 분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대학가 앞 먹자골목에 위치한 고시원은 지하에는 당구장, 1층에는 식당이 영업 중으로 담배냄새, 음식냄새가 많이 올라오는 열악한 환경의 건물이었습니다.

복도 안쪽에 위치한 창문도 없는 손바닥만한 작은 방과 고시원 복도는 전등을 켜두어도 어두웠고 늘상 방문을 열어두어도 환기조차 안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다른 방에 눈치가 보인다고 할 정도로 매우 협소한 공간이었습니다.


결혼생활 당시 남편은 가출을 일삼았고 소식 모르고 산 지 40여년

식당일 등 온갖 궂은일도 마다 않고 가계를 꾸려오며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딸 셋을 키워냈습니다. 양심과 법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뭐든지 해야 했다고, 생활고에 아이들 굶기지 않고 공부시켜야 한다는 생각만하고 살았다 하십니다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여러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더부살이로 살아오다 다니는 교회의 장로님이 알려주어 20204월부터 고시원에서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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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거처의 고시원의 모습


자녀들 중 첫째와 막내는 연락이 끊긴지 10여년 되었고 인천에 사는 둘째와만 간간히 연락하고 지내는 상황이었고 출석하는 교회의 장로님, 집사님 등 교회 사람들, 친한 친구들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거라고 하십니다.


젊은 시절부터 고생하셨기에 고혈압과 고지혈증, 심한 관절염을 앓게 되어 더 이상 식당 아르바이트도 못하고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20212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생계비는 확보되었지만 고시원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언감생심 월세 보증금도 마련할 수 없는 생활이었습니다.


주거복지센터와 상담 후 거처를 확인하고 주거사다리지원사업을 신청했지만 40년 이상 연락되지 않았던 가출한 남편이 임대주택 신청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신청은 소득기준에 부합하면 사실상 이혼상태이고 부양받지 못하는 것이 인정되어 수급자로 선정되지만 임대주택 신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법률혼 정리 후 재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지요. 이 상태로는 어떤 종류의 공공임대주택도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배우자와의 서류적 관계를 정리하는 것으로 결정하시면 서울시공익법센터 등 법률자문 및 이혼절차 진행에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을 연결해 도와드리려고 어르신의 결정을 기다렸지만 어르신은 이혼절차를 밟는 것을 포기하셨습니다. 70대의 어르신으로서는 쉽게 결정 할 수 없는 것이 이혼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진행하는 서울형임차보증금지원사업을 신청하여 보증금을 확보하고 민간임대주택을 알아보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였습니다.

다시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려고 어르신께 알려드리니 계속 미안하다는 말씀하시면서 그냥 고시원에 살아도 된다며 신청조차 포기하려 하셨습니다. 어디에서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힘으로 어렵게 살아오신 세월이 진하게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신청한 보증금이 선정되어 집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보증금과 월세수준이 너무 높아 또 한 번 좌절할 뻔했지만 친한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인 반지하 집을 구해 이사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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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신 주택


지난 9월 초 이사 가신 집에서 어르신을 다시 뵈었습니다. 찾아가겠다 전화드리며 주거복지센터라고 인사하니 아주 반가워하셨습니다. 신청 당시와 비교할 때도 혈색이 좋아졌고 표정이 편안해보여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셨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하신 집은 오래된 주택의 반지하라 전체적으로 어둡고 화장실 오르내리기 불편한 공간이었지만 어르신은 고시원에서 지낼 때는 숨 쉬는 것도 편안하지 않았는데 이사하고 나니 지하 거처라도 고시원과는 비교할 수 없이 너무 좋다는 말씀을 수차례하시면서 그 때(고시원거처)랑 비교하면 여기는 아주 천국이야하면서 좋아하셨습니다

다행히 이전 세입자가 사용가능한 세간살이를 많이 놓고 가서 이사할 때 부담이 덜 했고 교회 지인들이 이사를 도와주어서 어렵지 않게 이사하셨다고 모든 상황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셨습니다.

 

어르신!! 새로운 집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어르신은 고시원에서 벗어나 주택으로 이사하셨지만 주거상향과 주거안정이 되었다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곳에서 도움 받아 기껏 옮겨간 거처도 반지하이기 때문입니다. 주택이 아닌 곳은 벗어났지만 주거환경은 여전히 취약합니다

부담 가능한 금액으로 원하는 지역에서 살만 한 집을 찾는 것, 특히나 어르신들은 오래 살아온 동네를 떠나는 것 또한 아주 어렵고 어려운 일입니다.

쫓겨날 걱정, 보증금 올려 줄 걱정 없이 원하는 곳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주거권 향상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집은 인권이다!!

 

 

 

성북주거복지센터 이주지원팀장 김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