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커뮤니티

활동가의시선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는 집 걱정없는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우리 마을 보금자리 지킴이 입니다.

[양천지역자활센터] 변화를 향한 희망찬 동행

페이지 정보

나눔과미래  21-05-26 13:57 

본문

양천지역자활센터에서 게이트웨이 담당자로 사회복지 업무를 시작한지 어느덧 7년이 되어갑니다. 처음 일을 시작한 2015년 이래로 매년 100여명이 넘는 참여자들을 만나왔는데, 최근 몇 년간은 그 수가 더 늘어 작년 참여자가 200명을 넘기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아져서인지 올해는 아직 5월인데도 150명 가까운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자신들이 가진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를 안고 게이트웨이에 참여했다가 일부는 사업단으로 일을 하러 가시고, 일부는 노동부 취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연계되며, 나머지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여러 사정(건강, 신용 등)으로 인해 2개월(+1개월)의 기간을 채우고 종결하고 있습니다. 종결된 분들 중 일부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재참여 하기도 하고요.

 

자활센터에 오면 뭔가 방법이 생길 거라는 기대를 안고 참여한 분들에게 다양한 해결 방법과 경로를 제시해 드리고 싶지만, 실제로는 해결해 드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전담 관리자로서 한계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오래 일을 한만큼 그런 자괴감이 더욱 커지면서 약간의 무력감마저 느껴지던 차인데, 얼마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혹시 저 기억하시나요? 작년에 교육에 참여했던 김**인데요...”


게이트웨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대부분의 참여자들과 스치듯 짧은 만남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나, 전화를 걸어온 분은 바로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자활 참여자치고는 젊은, 40이 갓 넘은 미혼의 여성으로, 연봉 5~6천만 원을 받을 정도로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살다가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해 일을 그만둔 뒤 마음의 병이 깊어져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중인 참여자였습니다. 공황장애도 있어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식은땀이 나고, 버스조차 혼자 탈 수 없을뿐더러 교육 참여는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커져 용기를 내보았다고 했습니다.

 

교육이 있을 때 구석에 앉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있다가 돌아가곤 하는 그 분에게 마침 당시 읽고 있던 책 한권을 빌려드렸습니다. MBC 기자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과 진료를 처음으로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였는데, 몇 주 후 교육이 끝나면 진통제를 먹어야 할 만큼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천천히 조금씩 노력해서 꼭 정상적인 삶을 회복하시겠다는 약속을 담은 장문의 손편지와 함께 돌려 주셨습니다.

게이트웨이가 종결된 지 1년여가 흐른 지금, 많이 밝아진 목소리의 그 분이 자활센터 게이트웨이에 참여했던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현재 예전 직장으로의 복귀를 목표로 한걸음씩 전진해나가고 있다며,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수강할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고 하네요. 빌려주었던 책과 용기를 주었던 말들이 큰 힘이 되어, 완전하진 않지만 사람들과 조금씩 어울리고 있고, 대중교통도 잘 이용하게 되었다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 훈련수당 받은 돈으로 커피를 사서 보내겠다는 얘기였는데, 커피보다 훨씬 값진 보답을 받았기에 오히려 제가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근황을 전해주신 이분처럼, 많지 않지만 지난 시간들을 통해 몇몇 분들이 보여주셨던 변화들이 이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거창하고 멋진 일은 아니더라도 소소한 말 한마디, 따뜻한 미소처럼 아주 작은 부분들로도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일이란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센터 슬로건처럼 '변화를 향한 희망찬 동행'을 포기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양천지역자활센터 사례관리팀장 마정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