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용역업체가 된 종로구청 [예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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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4:27본문
2009년 6월 12일 종로구에 있는 옥인시범아파트의 주민 4-5명은 나눔과미래, 진보신당의 활동가들과 함께 종로구청을 항의방문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고, 서러워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저희 아파트에 구청이 어느날 갑자기 은밀하게 빨간색 페인트로 공가라고 써 놓고 갔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에 공무원들이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절절한 호소를 했습니다.
공원을 만드는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졸지에 살던 집을 떠나야 하는 세입자 주민들에게 보상법에 보장된 이주대책을 시행하지 않는 서울시와 구청을 상대로 3월과 4월에 두 번의 소송을 걸고 애타게 싸우고 있는 힘없는 옥인아파트의 세입자들의 목소리는 그렇게 울려 퍼졌습니다.
이주대책과 관련한 법적인 소송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제 채 10여세대도 남지않은 세입자들은 처음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파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철거용역업체가 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구청 공무원이 직접 페인트로 이사간 집과 외부 유리창 마다 빨간 글씨로 공가라고 적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분노했습니다.
주민과 지원단체의 작은 외침이 효과가 있었는지 항의 몇 시간 만에 구청에서는 마지못해 페인트를 지워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단지를 황폐화시켜 빨리 남아있는 세입자들을 쫓아내려는 의도외에는 없습니다. 참 무섭습니다. 용산참사가 생각납니다. 하지만 공무원의 소행이라는 점에서 철거용역 깡패가 휘젓고 다녔던 용산이나 타 재개발사업의 경우보다는 잘못이 훨씬 큽니다.
여러분 계속 옥인아파트를 비롯해 서울시와 싸우고 있는 세입자들을 지켜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남철관 성북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