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주거복지센터] 희망이어도 좋을, 작은 감사의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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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3-09-22 16:16본문
오늘도 무겁게 내려앉은 먹구름 사이로 긴 시간 비가 창문을 두드리며 방울방울 창가에 흘러내린다. 아스팔트를 녹여 버릴 듯한 여름의 열기는 어느덧 힘을 잃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게 몸을 감싸는 가을 바람이 분다. 종로주거복지센터에 입사 해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지원사업 일을 하며 정신없이 4개월이란 시간을 보내고, 잠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헛헛한 감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었다고 생각이 드는 건 대상자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사회복지사로 20년이란 긴 시간을 일하면서 다양한 삶의 이력을 지닌 대상자들을 만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상담을 진행한 이00이란 대상자분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대상자분은 종로구청에서 마련한 이동상담소에 찾아오셔서 주택물색이 어려워 집을 구하지 못했다고 힘들게 첫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이분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하시다가 다시서기종합센터의 지원으로 처음 고시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숙생활을 할 때 너무 힘들어서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는 다시는 노숙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얼마 되지 않는 정부지원금을 모아서 통장에 300만 원 넘게 저축을 하고 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세임대주택에 선정이 되어 주택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돌아보며 여러 집을 둘러보았지만 쉽게 자신에게 집을 내어줄 임대인을 만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타인과 쉽게 소통을 나눌 수 없는 신체 환경 때문이라 생각해 본다. 주택물색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다행히 주택물색을 적극적으로 임해주시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음날 바로 종로에 있는 주택을 안내해 드릴 수 있었다.
‘이런 집에 살게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주택에 함께 방문하여 집을 둘러보면서 대상자분이 ‘저는 이렇게 집을 보러오는 것이 처음이에요’라고 말씀하셨고, ‘네, 그럼 우선 수도상태와 화장실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보죠’라고 답변드린 뒤 물을 틀어보고 이것저것 집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대상자분에게 집이 괜찮은지 물어보니, ‘저는 평생 이렇게 좋은 집에 살게 되는 게 처음이에요’ 라고 하셨다.
대상자분이 마음에 들어 하셔 부동산 사장님과 이야기하여 권리분석을 넣었고 이번 달 입주를 앞두고 계신다. 입주 계약을 마치자 대상자분이 너무 감사하다며 이제 고시원보다 더 좋은 곳에 살게 되었다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크지 않은 작은 집이지만 자신만의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작은 기쁨이 이분에게 희망을 주었나 보다. 나에게 ‘이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시는 대상자분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분은 거리 생활을 오랫동안 하여 냉장고 사용법도, 밥솥 이용법과 같은 일상생활용품 사용법에 대해 잘 모르셨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이든 스스로 해 보려는 노력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분에게 언뜻언뜻 보인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그 안에서 기쁨을 느끼는 이 대상자분을 보면서 나도 소소하지만, 대상자분들에게 행복을 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오랫동안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면서 메너리즘에 빠져있던 나에게 새로운 의욕이 솟아나게 되었다. 아직은 주거복지 일을 수행하는데 미숙한 점이 많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일할 수 있게 해 주신 대상자분께 감사의 마음이 든다. 앞으로도 힘들 때마다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되새기며 한층 맑고 높아진 가을 하늘처럼 힘차게 한 걸음씩 나아가야겠다.
종로주거복지센터 박진웅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