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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주거복지센터] 무소유를 꿈꾸는 소나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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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3-04-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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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에 사는 것 같습니다!”

네에~ 극락이요?”

파란 하늘이 보이고, 햇볕이 들어오고, 바람이 들어오는 집에 사니 극락이 따로 없습니다.”

강렬한 소회 말씀에 함박웃음이 터졌습니다.

 

소나무 아저씨의 이야기입니다.

전화선을 타고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입니다.

건물 리모델링해야 하니 1021일까지 방을 비우라는 임대인의 통보를 받고, 다른 사람들은 이사를 갔는데, 소나무 아저씨는 방 얻을 돈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군대에서 다치고 일하다 다쳐서 장기간 근로를 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월 40만 원 정도 버는데, 월세 21만 원 내고, 미숫가루 타서 먹고 절약해서 사니까 괜찮다.

 

소나무 아저씨는 긴급복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종로센터는 사례관리 지원계획을 세웠습니다.


 ✔ 긴급복지 연계 ▶ 긴급 거처 마련 ▶ 일반수급 연계 ▶ 임대주택 신청 ▶ 주택물색 ▶ 권리분석 ▶ 도배장판 ▶ 이사 및 입         주 ▶ 집기류 생필품 ▶ 입주 만족도 ▶ 1인 가구 주택관리서비스


 

구청으로 제출해야 할 서류를 준비하는 시작점인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소나무 아저씨가 신분증이 없습니다. 신분증 만들기, 임대인에게 퇴거명령 사유서 받기 등등. 소나무 아저씨의 알콜릭 소통 난해성은 망각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듣고, 메모하고, 안내 문자를 보면서 행정 서류를 준비했습니다. 여러 날이 지나 임시 신분증으로 긴급복지를 신청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긴급복지 대상자로 선정되어 생계비와 주거비를 받았습니다.

 

소나무 아저씨는 무보증 월세방으로 이사하게 되었고, 센터에서 이사비용을 지원하였습니다. 주거취약 전세임대를 신청하고 자격자로 선정되어, 2칸이 있는 보금자리234월에 입주하였습니다.


소나무 아저씨의 보금자리에는 물건이 거의 없고 옷가지와 빨래건조대가 있습니다. 음식을 보관할 냉장고가 없습니다. 밥그릇, 냄비, 밥솥도 없습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주로 생식으로 드시는 게 편하다고 하며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아는지 묻더니 수저 한 벌만 있으면 된다며 밝게 웃습니다.


소나무 아저씨는 집안에 물건을 채우지 않으려는 듯. 무소유를 스스로 다짐해 보이려는 듯.

며칠에 한 번씩 집안을 사진 찍어서 센터에 보내겠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사진을 찍어 보내겠다고… 깨끗하게 하고 살고 있다는 걸 확인 받아야 계속 방을 깨끗이 해 놓고 살 것 같다고 하여 타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만 매월 말일에 사진 서너 장을 찍어서 종로센터 공용 폰으로 보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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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나무 아저씨의 이사 전(왼쪽) / 소나무 아저씨의 이사 후(가운데 및 오른쪽)


하늘이 보이고, 햇볕이 들어오고, 바람이 들어오는 소나무 아저씨의 극락 같은 삶을 시샘했나 봅니다. 주변 이웃집에서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갈등이 심해질까 요즘 소나무 아저씨는 주변을 살피며 피해 다니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에 사는 소나무 아저씨를 미세 먼지 한 겹 쌓인 가시 돋친 나무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솔솔 바람 시선으로 소나무 아저씨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지켜보아야 합니다. 술을 완전히 끊었다는 소나무 아저씨! 시린 바람은 금방 지나갑니다. 따듯한 봄날입니다.

 

소나무 아저씨! 약간의 소유는 괜찮습니다.”

종로센터에서 응원합니다! 늘 푸른 소나무가 되시고 건강하십시오.”



종로주거복지센터 유정옥 뉴딜매니저